음악은 영원히

이 경환(전 이화여대음대 교수, 음대 '37년 졸업)

새벽이다. 창밖엔 가로등의 불빛으로 시멘트 보도가 반짝이고 만물이 잠들어있는 정적(靜寂) 속에 시간은 흐르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뭇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처보고 싶어 피아노의 키를 더듬는다. 원래 손가락 길이가 짧다보니 음악적으로나 기교 면에서 광대한 곡을 연주하기엔 나의 작은 손가락으론 부적합하다. 불가능하다고 체념하다가 매력을 못 이겨 다시 연습 하다보면 역시 한심한 나를 발견하고 서글픈 마음으로 중단하게 된다. 뭇소르그스키의 부릅뜬 눈망울이 나를 응시하면서 힐책이라도 하는 듯하여 비애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곡이 음악의 전부가 아니며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가?

음악은 참으로 묘한 것이다. 나의 지금까지 의 인생을 이끌어준 원동력은 이 음악에서 흐르는 영원한 샘물이 나의 영감 속에 항상 젖어 들어가 생기를 불어넣어 예술에의 힘과 정열이 생겨난 것이리라.

때로 내 인생 길을 회고하면 여러 번의 전생 속에서 살아남은 기적 같은 일에서 나는 오직 사람의 생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사람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삶의 가치는 충분히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소망 속에 사는 인생!! 참으로 신비로운 어휘다. 그리고 인생은 즐거운 존재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생, 얼마나 고귀한 축복의 어휘인가! 그리고 내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 속에서 생활 한다는 것은 더 없는 행복으로 느끼고 있다. 음악은 마음과 몸을 풍요롭고 편안하게도 하기도 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느끼게도 한다.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생각하면 더 없이 인생의 고마움을 알게 되고 자신이 고귀함을 인식하게 한다. 사람에게 고통 당하는 일이 없으란 법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을 치유하는 자가요법은 항상 자신의 음악을 마음속에서 창조하고 부르고 즐기는 것이다. 음악은 늘 나와 함께 존재하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

새벽은 깨끗하고 고요하다.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회고하고 계획하고 수정하는 귀한 순간 순간을 이 시간에 묵상하고 반성하며 미래를 바라다보게 된다. 나 한사람의 인생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그 실재가 고귀한 역사이며 실존이다. 우리가 당하는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의 창조의 힘을 느낄 때 인간으로서 감사와 찬송을 드려야하는 종교의 신념이 더욱 강해지면서 음악은 영원히 찬송과 영광을 하나님께 향하는 순수한 인간의 제사의식이라고도 느껴진다.

이 세상이 아름다운 예술의 터전에서 사랑하고 도와주고 위로하는 인간 세상으로 변화될 때 천국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닌 바로 내 눈 앞, 내가 사는 이 지구에서 이루어지고 천국의 노래가 끊어지지 않고 영원히 울려 퍼지는 음악의 세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마음과 몸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영원히 변화되는 세상을 갈망하면서 "이 세상 모든 것 사라져도 음악은 영원히 음악은 영원히 변치 않네" 라는 노래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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