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주 총동창회를 다녀와서

        최 경숙 (영문학과 '66년 졸업)

 

 

우리의 삶 속에서 즐거운 일 중 하나가 여행하는 일인 것 같다.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는 해방감, 자유로움이 바로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런 마음으로 봄나들이 겸 차로 집을 나선 지 3 시간 30분만에 제2차 북미주 이화여대 총동창회가 열리는 Washington D.C.에 도착했다.

Hospitality Suite를 찾았을 때 그곳의 준비위원들은 뜨겁게 맞아주며 정성 드려 만든 이화식구의 명찰을 건네주었다. 옆방에 가지런히 준비된 김밥과 각종 과일 등 맛있는 음식들이 타 주로부터 도착하는 동문들을 차례로 맞이하며, 시장기와 여독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첫날 4월 5일 오후에 열린 임원 이사회도 뜻대로 잘 이루어 졌고 저녁 식사 후 Workshop session도 다양한 순서로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다. 많은 집회를 다녀 보았지만 이처럼 시설 잘 된 극장식 회의실에서 회의를 가져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멀리 California주에서 참석한 한 영숙 선배 동문의 "유방암 이후의 삶 간증은 우리 모두에게 유방암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켜 주는 반면 예방과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었다. 그 자매동문의 투병기가 전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여성미는 건강한 피부에서 온다며 Skin Care보다 Skin Health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되며 각자 자신의 계절색을 알아 그에 맞춰 옷 색깔을 골라 입으면 더욱 세련된 미를 지닐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열심히 강의하는 박 세원 동문은 그 나이에 비해 훨씬 건강해 보였고 아름다웠다.

동창들을 위한 Ewhaian Web Site를 마련하느라 퍽 수고한 시카고의 김 영희 동문은 자세하고 친절하게 http://www.ewhaian.org 메뉴를 설명하며 지리적인 거리의 제한 없이 더욱 가까이 친근감 속에 대화를 나누고, 신속한 정보교환을 서로 나눌 것을 부탁했다.

또 New York 주에서 온 이 윤경 동문의 "인간의 몸과 21세기 콤퓨터 토픽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몸과 마음의 복합체인 인간은 우주의 모든 것과 공존해야 하며 우주 안의 모든 것은 가능성이 다 있고 또 서로 상관되어 있으며 이 우주안의 아주 작은 하나 하나가 큰 변화를 꾸준히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 우리의 몸을 신비체로 만드신 하나님은 더욱 신비로우신 분이심을 우리는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둘째 날 4월 6일 아침 9시부터 타 주에서 온 동문들과 그 반려자들을 위한 Dream Tour가 시작되었다. 미국 국민의 의사결정 기관인 국회의사당은 그 웅장한 건물모습 자체가 진정한 민주주의 표상으로 보였다. 이번에 과거 뉴스로만 보던 반핵 시위 아줌마 - 콘셉션. 피시노트 여사를 백악관 앞 공원에서 보게되었다. 24시간 눈이오나 비가 오나 백악관 불빛을 바라보며 침묵 시위하며, 침대의 감촉을 잊은 지가 오래된다는 그녀는 겨울밤에도 비닐 소형 텐트 안에서 외투 한 벌로 잠든다고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이상론은 지칠 줄 모르고, 그래서 이 운동을 전개한지 20년이 넘고 있다.

노예해방을 통해서 만민평등과 인간 존엄을 미국사회에 확고하게 한 링컨 대통령의 기념관,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정치의 철학적인 기초를 세운 제퍼슨 대통령의 기념관을 돌아보며 진심으로 그들의 위대한 업적을 치하하게 됐다.

월남전과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와 동상들을 보는 순간 그 많은 젊은이들이 자유 평화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바쳤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생각해보며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고, 앞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일은 없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값비싼 대가 없이 자유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지만….

무엇보다 포토막 강변에 늘어선 화사한 벚꽃들을 한눈에 보는 것은 황홀 그 자체였다. 다들 여기 저기서 기념 사진 찍기에 바빴다. 시내 관광도중 융숭히 대접받은 김치찌개 백반은 지금도 그 칼칼하며 매콤한 맛이 생생하다.

그날저녁 연례 만찬회는 퍽 인상적 이였다. 동문, 귀빈 그리고 친지 등 220여명이 모인 이 잔치에서 메릴랜드 주지사 특별 보좌관이 4월 1일부터 4월 7일까지 "이화여자 대학교 주간 으로 선포하는 선포문 낭독은 모든 동문들에겐 퍽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워싱톤 지역 동문들의 모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뜨겁게 실감하게 되었다. 모친상을 당하여 마음이 아픔에도 동분서주하며 이 모임을 위해 애쓴 준비위원장 김 광자 동기 또 고 인나 회장을 비롯 모든 임원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전하고 싶다.

또 한편 몇 년 동안 기초작업에서부터 이를 잘 키워 마침내 북미주 이화 총동창회가 탄생하기까지 갖가지 어려움을 기도하는 가운데 이겨낸 시카고 지역 김 정희, 조 용옥 여러 선배동문들의 모교를 사랑하는 그 용기와 열정 담긴 비젼에 찬사를 보내며 시작이 반이라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랑스런 본받을 이화인 으로 뽑힌 이 동우 선배 동문의 이야기 - 정신대를 위해 바쳐온 꾸준한 그의 헌신과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훈훈하게 남게되었다.

무엇보다 한국 여성교육의 뿌리가 되는 이화학당이 1886년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의 파송으로 세워졌으며, 그 배후에는 메릴랜드 주 시민 존 가우쳐 박사의 큰 공로가 숨어있음을 뒤늦게 알게되었을 때, 나는 조용히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었다. 나이 육십을 눈앞에 둔 나 -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이화의 위대한 교육에 뜨거운 고마움을 느끼며, 그렇게 바른 선택을 도와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삶에서 가장 큰 축복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40년 가까이 보지 못한 귀한 벗을 이 자리에서 만난 기쁨은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워싱톤 동문들의 각설이 타령과 시카고 동문들의 하와이 훌라춤을 재미있게 보며, 우리들 66년 동기들은 지칠 줄 모르게 마음껏 이야기하며 즐겼다. 무언가 가슴한쪽이 텅 비어 있던 그 공허가 순식간에 채워지는 충만감으로 전신을 채웠다.

마지막날 4월 7일 주일 예배와 마지막 안건처리 마무리를 마친 후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각자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민생활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허전함의 실체 - 이번 동창들의 만남을 통해 그 든든한 뿌리를 찾게 되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동문 자매들이 한곳에 자주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힘을 합해 그 뿌리를 잘 키워 모교의 발전을 위한 좋은 열매를 맺는 일이다.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으로 우리의 남은 황금시기를 열심히 살아갑시다. 죽음이 삶의 완성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 완성을 위해 인생의 의미를 남기기 위해, 사랑하는 동문들이여,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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